진짜 가을.. 언제 오나요?

🌳구리구리 은행이 떨어진다!

올해는 더위가 길어지기 때문인지, 은행이 떨어지는 시기가 조금 늦어진 것 같지만, 출근하다 보면 보도블록 곳곳에 은행이 밟힌 흔적이 보이기 시작해요. 이미 누군가 밟아놓은 은행 사이로 땅따먹기하듯 폴짝폴짝 조심조심 걸어야 하는 시기가 다가왔죠. 냄새나는 나무라는 사실 말고 우리는 은행나무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요? 다시 살펴보아요.

은행나무는 은행나무문(Ginkgophyta)에서 유일하게 살아있는 1종의 식물이에요. 친척 나무들은 무려 2억 년 전인 페름기부터 살았다고 해요. 페름기 대멸종에서도 살아남은 은행나무 종들은 공룡이 번성했던 쥐라기와 백악기에 지구 전역에서 번성했어요. 하지만 지금은 중국 일부 지방에 자생하는 은행나무 단 한 종만 빼고 자연적으로 멸종했죠. 그래서 실러캔스처럼 살아있는 화석으로 불리는 생물 중 하나랍니다.

은행나무는 자생지는 협소해서 멸종위기종이지만, 일본, 중국, 한국에서 신성시되어 오래전부터 조경수로 당산목이나 사찰에 심기도 했어요. 그리고 현재는 2억 년 전 조상들처럼 가로수가 되어 전 세계 도시에 자리 잡고 있어요. 은행나무는 매연 같은 대기 오염에 강하고, 해충과 질병 피해가 적은 수종이고, 아름다운 단풍 등 장점이 많은 나무거든요. 이 때문에 1900년대 초에 유럽과 미국에서 가로수로 은행나무를 심기 시작했다고 해요.

3. 세계에서 가장 오래 산 은행나무는?

우리나라에서도 오래된 은행나무는 꽤 있어요. 양평의 용문사 은행나무와 영월 하송리 은행나무는 나이가 천년이 넘었어요. 전 세계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은행나무는 중국에 있는 4700년 된 나무예요. 엄청나죠?

은행나무의 열매라고 생각하는 기관은 열매가 아니라 씨앗이에요. 열매는 속씨식물의 특징인데, 은행나무는 소나무같이 겉씨식물에 들어가거든요. 그러니 우리는 열매를 밟은 게 아니라 씨를 밟고 있는 것이죠. 은행의 악취는 빌로볼, 은행산이라는 성분 때문에 나는데요, 옻에도 있는 성분으로 동물이나 곤충으로부터 씨앗을 지키기 위한 방법이에요. 냄새가 나서 힘들기도 하지만 이런 씨는 구충 효과가 있어서 집에서 천연 살충제로도 만들 수 있어요. 잎에서도 플라보노이드, 터페노이드 등의 성분이 있어 살충효과가 있어요.

은행나무의 이름은 열매를 보고 지었어요. 은행은 '은빛 살구'라는 뜻인데, 껍질이 흰 가루로 뒤 덥혀 은빛을 띠고, 열매가 꼭 살구처럼 생겼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죠. 잎이 오리발과 비슷하다고 압각수(오리다리나무) 등으로 불리기도 해요.

보통의 식물은 번식을 위해 향과 맛이 좋은 열매를 만드는데, 이와 반대 노선을 선택했기 때문에 자연 번식하는 것이 어려워서 멸종위기종이 된게 아닐까 추측하기도 한대요. 이 구리구리한 냄새가 오늘날은 매력적이지 않지만, 은행나무가 번성하던 시기의 초식 공룡의 입맛에 맞을거라는 추측도 있고요. 지금도 너구리나 오소리 같은 동물은 은행을 먹는대요.

과거에는 나무가 자라는 모양새를 보고 암수를 구분했기 때문에 가로수로 식재하고 나서 나무의 수령이 최소 15년이 되어야 구분을 할 수 있었어요. 그래서 암나무를 심어서 냄새가 나는 경우도 많았죠. 하지만 2011년 국립산림과학원에서 암나무와 수나무를 조기에 구분해 낼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어요. 잎에서 추출한 유전자(DNA)를 분석해서 빠르게 암수를 구분할 수 있게 되었죠.

하지만 2011년 이전에 심었던 은행나무는 냄새나는 씨앗을 떨어트린다는 이유로 지자체에서 가로수를 베어내고 있어요. 은행나무와 공존할 방법이 전혀 없었던 걸까요? 호두나무 수확 기계를 이용해 이전처럼 인력을 덜 들이고 은행을 수거하는 방법도 있고요. 그리고… 물론 은행으로 누군가는 골치를 앓을 수도 있겠지만, 저는 은행이 떨어지는 게 도시에서 가을이 오는 신호 중 하나라고 생각해요. 은행 열매가 하나도 떨어지지 않는다면 그것대로 이상할 것 같아요.

우리가 필요해서 식물을 초대해 놓고선 열악한 도시 환경에서 열심히 살아가는 나무를 쉽게 베어내는 건.. 가로수를 그저 녹화를 위한 도구로만 바라보는 것 같아요. 조금 더 생태 감수성을 지니고 바라봐주셨으면 좋겠어요.  

🍤새우튀김의 계절이 왔어요~

이 계절에 만날 수 있는 식물들을 하나만 설명하는 게 아쉬워서 식물 빙고를 만들었어요. 빙고 속 식물이 내 주변에 있는지 등굣길, 출근길에 유심히 살펴보세요! 이 빙고판은 <출발! 출근길 식물 탐험대>의 사진을 빌려왔습니다.

• 산딸나무 : 아름다운 꽃과 열매로 사랑받는 산딸나무는 열매가 딸기처럼 생겨서 이런 이름이 붙었어요. 지금 산딸나무를 보면 커다란 축구공 같은 열매가 익어가는걸 볼 수 있어요. 열매는 새도 사람도 먹을 수 있는데, 발효액이나 담금주로 만들어 먹는다고 해요. 아파트 산딸나무를 보면 직박구리 같은 새들이 열매를 쪼아먹는걸 볼 수 있어요. 
  
  
• 쑥 : 봄에 자라는 쑥의 모습만 알고 있다면 쑥에 대해 절반만 아는 거예요! 쑥은 7월부터 지금까지 꽃을 피우고 있어요. 쑥은 아주 긴 꽃대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봄에 순만 알고 있었다면 지금 길에 있는 쑥을 못 알아차렸을 거예요. 쑥인지 아닌지 구분하기 어렵다고요? 잎을 문질러서 향을 맡아보세요. 제일 확실한 방법이랍니다.

지인에게 샐러드연맹을 홍보할 때 난감한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식물 알려주는 곳이야' 하고 얼버무리기에는 아쉬운 감이 있죠. 그래서 샐러드연맹을 소개하는 노션 페이지를 만들었어요. 이제 친구를 영업할 때 이 초대장(링크)을 써주세요!😆 

반찬거리가 부족해서 마트로 향합니다. 한 시간 넘게 마트를 돌며 찬거리를 기획하고 설계하며 장바구니에 물건을 담죠. 

반찬을 고민하는 일은 생각보다 꽤 복잡한 작업입니다. 이번 주 집에서 식사할 시간이 얼마나 되는지, 지난번 반찬은 무엇이었는지, 반찬 간의 조합은 어울리는지, 가족들의 컨디션은 어떤지, 심지어 날씨도 고려해야 하니까요. 이 작업은 단순한 쇼핑이 아니라 고차원의 기획력과 설계가 필요한 일이에요. 그런데도, 막상 집에 돌아와 짐을 정리하다 보면 “뭐 해먹지?, 막상 해먹을 것이 없는 걸?”이라는 아이러니한 상황에 빠집니다. 왜 그럴까요? 저는 쇼핑 리스트가 너무 정형화되고 새로움이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나에게 새로운 재료/채소를 미션처럼 제공’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그리고 ‘어글리어스’ (https://uglyus.co.kr)’ 라는 채소 구독 서비스를 2주 간격으로 받아보고 있습니다. 이 서비스는 판로에서 외면받은 못난이 농산물을 받아볼 수 있는데, 평소 마트에서 고르지 않을 생소한 채소들을 경험하게 됩니다. 

그렇게 이번 절기에는 ‘땅콩호박’과 처음 만나게 되었습니다.

성인 남자 손바닥 정도의 크기에 아랫부분이 동그란 게 왜 땅콩호박이라 불리는지 이해가 되었지만 개인적으로는 ‘표주박’에 더 가깝다고 생각했어요. 낯선 모습에 처음엔 ‘얘를 대체 어디서부터 어떻게 다듬지?’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냥 시도해 보기로 했습니다. 깨끗이 씻고 나서 세로로 반을 갈라봤는데, 생각보다 단단하더라고요. 체중을 실어서 조심스럽게 잘랐더니, 노란빛 주황색 속살이 드러났어요. 그 속에 박힌 씨앗을 보니 ‘너 호박 맞구나!’ 싶어서 갑자기 친근감이 상승했습니다. 낯선 친구와 대화를 시작하며 경계가 풀리는 느낌이랄까요?

이제 거침없이! 전자레인지에 살짝 돌려서 부드럽게 만든 뒤, 칼로 껍질을 벗기고 숟가락으로 씨를 파냈습니다. 속살을 볶은 양파와 우유, 버터와 함께 끓여서 핸드블렌더로 갈아주고 치킨스톡으로 간을 하면 완성! 호박스프가 완성됐습니다. 사실, 블렌더로 덜 갈아서 죽에 가까운 식감이긴 했지만요. 그래도 새로운 메뉴를 시도한 것만으로도 그 끼니가 특별해졌습니다. 장 본 보람이 있달까요?

사람들은 흔히 새로운 도전이 삶을 풍요롭게 해준다고 말하죠. 하지만 그 도전이 거창할 필요는 없습니다. 딱 손바닥 크기, 500g 정도의 작은 땅콩호박 하나로도 충분히 도전할 수 있어요. 너무 복잡하게 생각하지 말고, 새로운 채소나 메뉴를 시도하는 작은 변화부터 시작해보는 거예요. 그렇게 매일 작은 도전을 쌓다 보면, 우리 삶도 한층 더 다채로워질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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