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쪽부터 Cakile edentula, 해바라기, Artemisia tridentata)

"식물도 가족에게 더 잘해줄까?"

우선 이 질문부터 시작해 볼까요? 식물도 가족에게 더 잘해줄까요? 사실 생물 간 이타성 연구는 식물보다 동물에서 많이 연구한 주제예요. 많은 동물들은 본인과 가장 많은 유전자를 공유한 개체 (부모, 형제, 친척)에게 먼저 먹이를 나눠주고 돕는 행위를 해요. 진화생물학의 관점에서 이 행동은 우리가 상상하는 ‘정’ 때문이 아니라 ‘내 유전자’를 퍼트리기 위해서 보다 유리하기 때문이에요. 이 관점에서 이타성은 사실 본인에게도 유리한 행동인 거죠. 인류도 이런 이타성을 더 많이 베풀었기 때문에 생존에 유리했다는 사실은 증명된 사실이죠. 이렇게 벌, 박쥐 등등 가족 관계에서의 이타성은 생물학 교과서에서 많이 배웠지만, 식물은 배운 적이 없어요. 하지만 찾아보면 분명 흥미로운 연구가 있고, 점차 조명되고 있어요. 우선 유전자를 공유한 친척에게 더 잘해주는 식물의 사례를 보시죠!

Cakile edentula는 서양갯냉이속의 식물로 친척 식물과 함께 자랄 때는 뿌리를 일부러 확장하지 않는다고 해요. 전혀 다른 종과 자랄 때는 뿌리를 멀리 뻗어 양분 경쟁이 있었지만, 가까운 친척과 성장하는 개체는 뿌리를 상대적으로 덜 뻗었다고 해요.

완두콩도 마찬가지로 친척 식물이 있으면, 뿌리 생장을 억제한다고 해요. 친척들 간의 경쟁을 줄이고, 자원을 더 고루 가져간다고 해요. 경쟁 대신 군집 전체의 생존 가능성을 높이는 방향을 선택한 것이죠.

우리에게 친숙한 해바라기! 해바라기도 가까운 친척끼리 심으면, 서로 방해가 되지 않도록 잎을 배열한다고 해요. 하지만 다른 식물과 심었을 경우에는 이런 배려(?)는 보이지 않았죠. 이런 식물의 특성을 이용해 식물을 심었을 때 일반적인 상업 재배지보다 47% 더 많은 해바라기유를 얻었다고 해요. 더 빽빽하게 심어도 잎이 겹치지 않기 때문에 가능한 거죠.

위험을 친척들에게 먼저 알리는 식물도 있어요. 쑥의 일종인 Artemisia tridentata는 잎이 초식동물에게 공격당하면 휘발성 화학물질을 방출해서 근처에 있는 산쑥에게 독성 물질을 만들도록 경고해요. 그러면 이 독성 물질을 잔뜩 품은 잎을 먹은 동물은 ‘으악 써!’ 하면서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 거죠. 그런데 이 휘발성 화학물질을 가까운 친척 개체들이 먼저 인식한다고 해요. 그래서 다른 식물에 비해 친족 식물들이 다 강력한 화학적 방어물질을 만들고, 피해가 적었다고 해요.

배추과에 속하는 Moricandia moricandioides 라는 식물은 친척과 함께 자랄 때 더 큰 꽃을 피운다고 해요. 큰 꽃을 피우는 식물은 더 많은 에너지를 쓰겠지만, 이 꽃으로 더 많은 꽃가루 매개자를 유인해서 근처에서 사는 친척들에게 유리한 상황을 만들어주는 이타성을 보인다고 하죠.

식물알림장과 함께하며 24절기 이름이 조금씩 익숙해지고 있겠지만, 저는 아직도 ‘백로’하면 절기보다 새(bird)를 먼저 생각나요. 저만 그럴까요? 그래서 오늘은 백로(白露)를 맞아 백로(白鷺)를 소개해 볼까 해요. 백로는 한자어로 흰 해오라기라는 뜻으로, 사실 특정 종을 뜻하는 단어는 아니에요. 백로는 쇠백로, 중백로, 중대백로, 흑로, 황로 같은 왜가리과의 여러 새를 통칭하는 이름이랍니다. 도토리가 열리는 갈참나무, 떡갈나무, 졸참나무를 통틀어서 참나무라고 부르듯요! 논을 지나갈 때마다 보이는 고풍스러운 하얀 새들이 이 백로들이죠. 백로는 모양이 비슷하기 때문에 구분하기 어려울 수 있어요. 하지만 이럴 때 이 그림을 기억하면 쉽게 구분할 수 있답니다. 백로를 구분하는 법을 정리한 탐조일기의 인스타툰이 있어서 공유해요!

🐻 : 백로는 여름에 번식하기 때문에 지금은 비번식기에요. 지금 볼 수 있는 비번식기의 백로들을 구분해 보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