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은 한 해의 결실을 수확하는 시기이기도 하지만, 더불어 내년을 준비하는 즐거운 계절이에요. 추위를 겪어야 싹이 트는 식물들을 심어야 하거든요. 대표적으로 튤립, 수선화, 히아신스, 크로커스 같은 알뿌리(구근) 식물과 밀, 보리 같은 작물이 있답니다. 수선화, 튤립 같은 식물은 적절한 추위가 있어야 꽃눈이 생기고, 밀과 보리는 일정 기간의 추위가 있어야 잠에서 깨어 싹을 틔울 수 있어요. 원예학 용어로 ‘휴면타파’라고 하죠. 지역에 따라 조금씩 다르겠지만, 중부지방은 10월 중순부터 구근을 심고 씨앗을 뿌려요. 내년에 아름다운 꽃을 보고 싶은 분들은 꽃시장에서 구근 쇼핑을 하셔요! 씨앗을 구매하는 재미와 다른 색다른 즐거움이 있을 거예요.

구근 구매법

1. 온라인 종묘상 이용하기 (우리화훼종묘, 대림원예종묘, 야미가든 등)
2. 원예 조경 인플루언서의 공동구매 (독일카씨, 꽃노트 등)
3. 오프라인 꽃시장 (종로꽃시장, 동네 꽃집)
4. 오프라인 도매시장 (양재화훼꽃시장, 남서울화훼단지, 헌인화훼단지)
5. 식물원 가든샵 (서울식물원, 신구대식물원, 한택식물원, 아침고요수목원, 천리포수목원 등)

단풍을 즐기는 문화는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화가 아니랍니다. 우리와 인접한 일본과 중국에도 단풍놀이 문화가 있죠. 일본에서는 단풍놀이를 ‘모미지 가리’라고 불러요. ‘단풍을 사냥한다’는 뜻으로, 헤이안 시대부터 시작된 수백 년에 걸친 전통 문화에요. 처음에는 귀족들이 단풍을 감상하러 산과 들로 나가던 것에서 유래했는데, 지금은 계급을 막론하고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문화로 자리 잡았어요. 중국에서는 일본처럼 단풍놀이를 가는 고유명사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상홍예(赏红叶), 상홍(赏红)이라고 말하며, ‘붉은 단풍을 감상하다’, ‘붉은 잎을 감상하다’라는 뜻을 지닌 말을 쓴다고 해요. 특히 당나라 시기에는 여러 시인들이 아름다운 가을 산과 계곡을 여행하며 시를 썼고, 단풍으로 유명한 ‘샹산’은 당나라부터 유명한 명산이라고 해요. 

9월 26일에 생명다양성재단에서 진행한 리와일딩포럼에 다녀왔는데요, 온라인으로만 뵈었던 🦉단원님과 함께 앉아 즐겁게 포럼을 들었어요. 두근거리는 여러 이야기들이 있었지만, 개인적으로는 ‘노을공원시민모임‘의 이야기가 가장 아름답고, 콕콕 찔렸어요. 

여러 주제로 화두를 던지셨지만, 생태계 교란 식물을 바라보는 시선에 대해 전하고 싶어요. 생태계 교란 식물은 말 그대로 생태계의 균형을 교란하거나 그럴 우려가 있는 식물들을 말하는데요, 우리나라에서는 17종의 식물을 지정하고 있어요. 식물빙고에 들어있는 환삼도 그중 하나고요. 

인간이 먼저 생태계를 교란해  놓곤 원하는 식물이 잘 자라지 않는다고, 애꿎은 다른 식물에게 꼬투리를 잡았다고 생각하면서도, 어느새 저도 그 꼬리표에 익숙해져서, 제거해야 하는 식물이라고 생각했어요. (언어의 힘이 참 무서워요) 환삼덩굴이나 칡으로 뒤덮인 공간을 보면 교란된 곳이라는 생각에 가자미 눈으로 바라보았고요. 하지만 강연자님의 말씀대로 생태계 교란 식물은 (특히 환삼은) 달리 생각하면, 생태계 교란 식물은 척박한 곳에 먼저 자리 잡은 고마운 선구자예요. 이 식물들이 먼저 자리를 잡은 까닭에 다른 식물이 자라기 어렵다면, 무조건 제거하기보다 갇힌 나무를 꺼내주는 정도만으로 생장 속도를 늦출 수 있고, 충분히 자라난 나무들이 나중에는 우리의 관리가 없이도 잘 자랄 수 있다고 이야기해 주셨어요.

집에 돌아와서 포럼에 대한 후기를 쓰면서 생각해 보니 더더욱 생각이 많아졌어요. 우리는 문제가 눈에 띄지 않게 당장 없애길 좋아하는 것 같아요. 심리적인 요인이 크겠죠. 깊고 복잡하게 얽힌 실타래를 회피하고 싶고, 그런 마음에 근본적인 해결책보다는 지금 보이지 않게 해치우는 선택지를 고르죠. 하지만 어떤 문제든 이런 방식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해요. 자연은 더욱 단일화를 싫어하고요. 저 역시 이 부분에 대한 문제의식을 전혀 못 느끼고 있었어요. 반성하는 시간이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