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의 계절입니다. 출근하다 보면 보도블록 곳곳에 은행이 밟힌 흔적이 보이기 시작해요. 이미 누군가 밟아놓은 은행 사이로 땅따먹기하듯 폴짝폴짝 조심조심 걸어야 하는 시기가 다가왔죠. 냄새나는 나무라는 사실 말고 우리는 은행나무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요? 다시 살펴보아요.

공룡시대에 살았던 나무

은행나무는 은행나무문(Ginkgophyta)에서 유일하게 살아있는 1종의 식물이에요. 친척 나무들은 무려 2억 년 전인 페름기부터 살았다고 해요. 페름기 대멸종에서도 살아남은 은행나무 종들은 공룡이 번성했던 쥐라기와 백악기에 지구 전역에서 번성했어요. 하지만 지금은 중국 일부 지방에 자생하는 은행나무 단 한 종만 빼고 자연적으로 멸종했죠. 그래서 실러캔스처럼 살아있는 화석으로 불리는 생물 중 하나랍니다.

언제부터 가로수로 이용되었을까?

은행나무는 자생지는 협소해서 멸종위기종이지만, 일본, 중국, 한국에서 신성시되어 오래전부터 조경수로 당산목이나 사찰에 심기도 했어요. 그리고 현재는 2억 년 전 조상들처럼 가로수가 되어 전 세계 도시에 자리 잡고 있어요. 은행나무는 매연 같은 대기 오염에 강하고, 해충과 질병 피해가 적은 수종이고, 아름다운 단풍 등 장점이 많은 나무거든요. 이 때문에 1900년대 초에 유럽과 미국에서 가로수로 은행나무를 심기 시작했다고 해요.

과거에는 나무가 자라는 모양새를 보고 암수를 구분했기 때문에 가로수로 식재하고 나서 나무의 수령이 최소 15년이 되어야 구분을 할 수 있었어요. 그래서 암나무를 심어서 냄새가 나는 경우도 많았죠. 하지만 2011년 국립산림과학원에서 암나무와 수나무를 조기에 구분해 낼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어요. 잎에서 추출한 유전자(DNA)를 분석해서 빠르게 암수를 구분할 수 있게 되었죠.

은행나무는 억울해!

하지만 2011년 이전에 심었던 은행나무는 냄새나는 씨앗을 떨어트린다는 이유로 지자체에서 가로수를 베어내고 있어요. 은행나무와 공존할 방법이 전혀 없었던 걸까요? 호두나무 수확 기계를 이용해 이전처럼 인력을 덜 들이고 은행을 수거하는 방법도 있고요. 그리고… 물론 은행으로 누군가는 골치를 앓을 수도 있겠지만, 저는 은행이 떨어지는 게 도시에서 가을이 오는 신호 중 하나라고 생각해요. 은행 열매가 하나도 떨어지지 않는다면 그것대로 이상할 것 같아요. 우리가 필요해서 식물을 초대해 놓고선 열악한 도시 환경에서 열심히 살아가는 나무를 쉽게 베어내는 건.. 가로수를 그저 녹화를 위한 도구로만 바라보는 것 같아요. 조금 더 생태 감수성을 지니고 바라봐주셨으면 좋겠어요.

물까치는 산딸나무를 좋아해

(출처 : 스튜디오 지브리 제공 이미지)

9월 17일, 1997년 개봉작이었던 스튜디오 지브리의 <모노노케 히메>가 다시 극장에 걸렸어요. 지브리 덕후인 저는 이날을 손꼽아 기다렸답니다. 모노노케히메는 다른 지브리 영화처럼 식물이 세심하게 묘사되지 않아요. 대부분 양치식물과 점균류 위주로 나오기 때문에 우리가 볼법한 식물은 많이 나오지 않더라고요. (눈에 띄는 꽃은 철쭉 종류 정도?) 그래서 예전에 토토로,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처럼 식물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영화가 던지는 메세지를 더 고민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오늘의 후기를 남겨요.

모노노케히메는 단순히 자연과 인간의 대립만 나오지 않아요. 다양한 인간 집단의 충돌 지점과 자연을 지키는 신들의 의견 충돌도 비중있게 나와요. 중앙 정부로부터 명을 받아 사슴신을 없애 인간의 영역을 넓히려는 사냥꾼 집단과 팔려가는 여성들과 나병 환자들을 거두어 철과 총을 생산하는 리더 에보시. 마을을 지키기 위해 나무를 베고, 사슴신을 제거하려는 에보시와 마을의 자원을 탐내서 마을을 공격하는 지역 사무라이 집단이 나와요.

자연의 편에 있는 신들도 각자 입장이 다릅니다. 숲을 관장하지만 숲의 파괴에는 방관자 같은 면모를 보이는, 말 없는 자연 자체에 가까운 사슴신과 이 사슴신을 지키려는 늑대의 신 일족과 주인공 산(원령공주), 재앙신이 동료를 보며 분노한 멧돼지 신과 그의 일족이 나옵니다. 또 땅에 나무를 심어 숲을 지키는 성성이가 나와요. 이들 역시 인간처럼 개발을 어떻게 저지할 것인지에 따라 입장이 달라요. 신중하게 리더를 처리하려는 늑대와 숲을 짓밟으면서 인간 마을을 다 없애려는 멧돼지 신, 인간을 먹어 숲의 개발을 막겠다는 성성이들이 등장합니다. 이들은 서로를 돕기도 하고, 비판하기도 하며 각자의 방식으로 숲을 지킵니다.

그리고 이들의 갈등 가운데, 상대적으로 자연 친화적 부족에서 자란 주인공 아시타카가 등장합니다. 그는 자연을 개발하고, 신을 죽이려는 에보시에게 반감을 느끼면서도 에보시가 일군 약자를 품은 마을에 대해서는 호의적이고, 인간을 죽여 숲을 지키려는 산과 늑대 일족을 막아서면서 인간과 자연이 함께할 수 없는지를 계속 이야기해요. 

솔직히 지금의 제 시선에서 보았을 때 아시타카의 중재는 실패했어요. 명확한 중재점을 잡을 수 있는 위치도 아니고, 그러려고 하지도 않았으니까요. 서로를 해하는 것을 저지할 뿐. 그 이상은 하지 못했습니다. 이상적이기만 한 캐릭터로 비춰지기도 했어요. 하지만 우리에게 필요한 덕목을 갖추고 있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단정짓지 않고 모두의 입장을 들어보겠다는 자세요. 신을 없애는 것을 자랑스러워하는 사람들을 보고 분노하면서도 섣불리 이들을 해하지 않았고, 늑대 신의 공격으로 다친 사람들을 도와줬어요. 영화 속 인물들은 자신들을 돕다가도 적을 돕는 아시타카를 보며 혼란스러워합니다. 작중에서 계속 아시타카에게 묻습니다. 너는 인간의 편이냐 신의 편이냐?

오늘날의 많은 문제도 비슷한 것 같아요. 우리는 양 극단으로 나뉘어있는 듯하고, 서로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지만, 실은 우리 안에도 다양한 교차점이 있어요. 이 뉴스레터를 읽는 단원님은 대부분 자연의 편을 들고 있기에, 개발을 저지하는 것이 당연한 여론이라고 생각하시겠지만, 분명 우리는 전체의 일부이고, 뉴스에서는 환경단체와 일부 시민들의 저지로 개발이 중단되었다고 표현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하지만 뉴스와 우리가 인지하지 못하는 다양한 층위의 고민과 관점이 있을 거에요. 우리 안에서도요. 자연과 인간이 함께하는 지점을 고민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아시타카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시타카는 이해관계 모두의 사정과 이야기를 듣고, 판단하고자 했고, 구분짓지 않고 끝없이 고민하는 모험가였으니까요.

지금도 지방 소멸 등을 해결하기 위해서 여러 곳에서 개발이 진행되고 있어요. 물론 현실에서 자연을 개발해 이득을 보는 건 이상적인 유토피아 마을이 아닌 소수의 개발자지만요. 자연을 개발하는 것에 분노하면서 우리는 지역 소멸, 안보 등으로 두려움을 느끼는 지역의 고민을 어떻게 해결하고, 도울 수 있을까요? 장기적으로 자연의 편을 늘리기 위해서요. 물론 모두가 아시타카가 될 수 없겠죠. 자연을 지키는 존재는 과거에도 지금도 소수이고, 그렇기에 소중해요. 그리고 에보시는 숲을 개발하는 것이 마을을 지키기 위해서, 약자들을 지키기 위해서라고 했지만, 나무를 다 베어버린 마을은 분명 산사태나, 기근을 맞았을 가능성이 높아요. 분명 인간은 뼈저린 문제의식을 느끼며 숲의 신들을 다시 찾을 거에요. 오늘날 우리가 자연보호를 외치는 이유는 생명 존중 그 자체에서 비롯되는 것도 있지만, 결국 우리가 생존하기 위해서니까요.

🐻 : 그런 의미에서 홍보를 하나 하자면~ 지난번 알림장에서 새만금신공항 건설에 반대하는 새,사람 행진에 대한 이야기를 남겼었죠. 지난 9월 11일, 법원은 신공항 기본계획을 취소하라는 판결을 내렸어요! 😊허레이~!! 법원의 현명한 판결을 환영하며 현장에 있던 분들은 눈물을 훔치며 소감을 나눴어요. 하지만 아직 항소심이 있을 수 있기에, 새만금신공항백지화운동 본부에서는 항소 반대 서명운동을 펼치고 있어요. 관심있는 단원님을 참여해주세요! 

추분과 한로 사이에는 어떤 식물을 볼 수 있을까요? 이번 절기에도 식물 빙고에 도전해 보세요! 이번 빙고는 도시에서 볼 수 있는 식물을 위주로 가져왔답니다. 이번 빙고판은 출근길 식물 탐험대와 웅의 사진을 사용해서 만들었어요.

• 산딸나무
  산딸나무는 열매가 산딸기를 닮았다고 해서 붙여졌어요. 하지만 꽃은 딸기 꽃과 다르게 화려하고 아름다워요. 열매는 작은 열매가 뭉쳐서 축구공 같은 형태를 지니고 있답니다. 주로 도시에서는 직박구리 같은 새들이 자주 먹는 열매에요. 물론 사람도 먹을 수 있는데, 발효액이나 담금주로 만들어 먹는다고 해요. 산딸나무는 층층나무과의 식물이라서, 멀리서 산딸나무의 수형을 보면 가지가 수평을 이뤄서 층층이 자라는 모습을 보실 수 있답니다.

• 쑥
  봄에 자라는 쑥의 모습만 알고 있다면 쑥에 대해 절반만 아는 거예요! 쑥은 7월부터 지금까지 꽃을 피우고 있어요. 쑥은 아주 긴 꽃대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봄에 순만 알고 있었다면 지금 길에 있는 쑥을 못 알아차렸을 거예요. 쑥인지 아닌지 구분하기 어렵다고요? 잎을 문질러서 향을 맡아보세요. 제일 확실한 방법이랍니다.

• 장미
  

  보통 장미는 봄에 피는 꽃으로 알려져 있죠. 그런데 길을 걷다 보면, 가을에도 장미가 피어 있는 걸 종종 볼 수 있어요. 이건 우연이 아니라 원예가 만들어낸 결과물이에요. 원래 장미는 봄철에 한 번 피는 식물이었지만, 오랫동안 품종을 개량하면서 계절에 한 번 더 꽃을 볼 수 있도록 만들어졌거든요. 그래서 이름 그대로 ‘사계장미’ 같은 품종은 봄부터 가을까지 여러차례 핀답니다.

지인에게 샐러드연맹을 홍보할 때 난감한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식물 알려주는 곳이야' 하고 얼버무리기에는 아쉬운 감이 있죠. 그래서 샐러드연맹을 소개하는 노션 페이지를 만들었어요. 이제 친구를 영업할 때 이 초대장(링크)을 써주세요!😆 

식물 & 생태 & 먹거리 분야 정보망을 만들어보려 해요. 제가 접하는 정보의 풀이 희미하게 보이는데, 관련된 기관 & 커뮤니티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사이트는 왜 없을까, 진짜 없다면 우리가 정리해 보면 어떨까 싶었어요. 그러다 올해 수도권에 반딧불이를 볼 수 있는 곳을 추천해 달라는 메일을 받고 결심했어요. 올해 안에 시도해  보자고요! 혼자서라면 무리겠지만, 단원님들을 모아 함께한다면 유의미한 정보망이 나오지 않을까요? (수도권 위주의 정보망에서 탈피하고 싶기도 하고요) (사이트 구축은 Notion에 하려고요!)

그래서 우선 함께할 단원님을 모집하기 앞서서 단원님들의 궁금증을 먼저 모으고 싶어요. 어떤 분야의 어떤 정보가 궁금한지요. 인터넷이 발달한 세상이라도 정보의 불균형은 있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관심사, 가치관, 가까운 이들의 관심사, 전공, 활동 지역, 근무 경험, 관련 자격증 과정을 수료 등에 따라 서로 예측하지 못했던 세계와 정보들이 있을 테니까요! 알림장은 미약하게나마 그 정보들을 가공하는 역할을 하고 있지만, 저도 제 알을 깨기 위해서, 제가 아는 모든 정보를 정리하면서 모두의 정보를 모으고 싶어요! 같이 알을 깨봐요!

🐻 : 현재 틀 작업에 들어갔는데, 생각보다 방향성 설정이 어려워서 고민 중에 있어요. 샐러드연맹만의 방식이 뭔지 더 고민해서 들고올게요! 

• 브리드북스 '식물학자가 산책하는 법' 
• 그림씨 '가로수, 도시에 서 있는 나무들'
• 비아북 '초록 친구'
• 김영사 '흙의 숨'
• 🐻주니어RHK '오늘도 식물하러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