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8일 새벽 3시경, 개기월식이 있어요. 2022년 이후 3년 만의 개기월식이랍니다. 개기월식은 지구가 태양과 달 사이에 위치해서 생기는 현상인데요, 이때 달은 지구 그림자에 가려져 아예 보이지 않는 것이 아니라 붉게 빛나요. 그래서 ‘블러드 문(Blood moon)’이라고 부른답니다. 붉은 달이 보이는 이유는 지구 대기를 통과한 햇빛 중 파장이 긴 붉은 빛만 달에 닿기 때문이에요. 이번 개기월식은 약 82분 동안 이어지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새벽 3시 11분쯤 가장 붉고 선명한 달을 볼 수 있어요. 천문대가 너무 멀다고요? 걱정마세요! 월식은 일식과 다르게 맨눈으로도 편히 볼 수 있답니다. 잠들지만 않으면 볼 수 있어요. 다행히 일기예보 상으로 비 소식도 없고요. 친구와 함께 새벽까지 이야기 나누다 붉은 달을 보는 건 어떨까요? 잠들지 않기 위해 재밌는 보드게임이라도 준비해야겠어요. 후후

대왕참나무와 큰부리까마귀

(출처 : 웅의 사진첩)

요즘 산으로 채집을 떠나면 식물 사진보다 버섯 사진을 더 많이 찍게 돼요. 꽃보다는 잎을 많이 보게 되는 절기이기도 하지만, 형형색색의 다양한 버섯을 보면 너무 신기하거든요. 비가 한바탕 쏟아지고 습기가 가득한 숲속은 버섯의 전성기에요. 5미터도 안 되는 공간에 문외한인 제가 보아도 여러 종류의 버섯을 발견할 수 있어요. 숲속이 아니더라도 공원, 나무 벤치, 가로수, 심지어 집 안의 화분에서도 버섯을 발견할 수 있죠. 비가 머금은 흙과 낙엽 위로 버섯들은 순식간에 솟아나요.

독일을 포함한 유럽 국가들에서는 이 시기에 가족들이 함께 숲으로 나가서 버섯 사냥(Pilzjagd)을 해요. 말 그대로 보물찾기하듯 버섯을 찾으러 나선답니다. 채집한 버섯은 집으로 가져와 요리해 먹어요. 풍성한 자연 속 먹거리죠.

우리나라는 식용 버섯과 독버섯을 구분하기 쉽지 않아서 버섯 채집을 권할 수는 없지만, 산책길에서 만나는 버섯 하나하나를 관찰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산책을 다채롭게 만든다고 생각해요. 촉촉한 숲속의 버섯은 여름비가 남긴 선물 같아요. 참! 버섯의 수명은 길지 않아서 지금 제대로 관찰하지 않으면 그다음 날 찾아가면 흔적도 없이 녹아내리는 경우가 많아요. 지금, 우연히 만난 버섯과의 인연을 소중히 여기고 자세히 들여다보세요. 이 무렵의 즐거움랍니다.

가을이 다가오며 정원과 산과 들에는 또 다른 식물들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어요. 이번 알림장은 산에서 발견할 수 있는 식물들을 중심으로 빙고를 담아봤어요. 이번 절기에도 식물 빙고에 도전해 보세요! 사진과 이름만 적기엔 뭔가 아쉬워서, 몇몇 식물에는 짧은 재미있는 이야기도 덧붙였답니다. 이번 빙고판은 출근길 식물 탐험대와 웅의 사진을 사용해서 만들었어요.

• 산딸나무
  산딸나무는 열매가 산딸기를 닮았다고 해서 붙여졌어요. 하지만 꽃은 딸기 꽃과 다르게 화려하고 아름다워요. 열매는 작은 열매가 뭉쳐서 하나의 형태를 지니고 있답니다. 주로 도시에서는 직박구리 같은 새들이 자주 먹는 열매에요. 산딸나무는 층층나무과의 식물이라서, 멀리서 산딸나무의 수형을 보면 가지가 수평을 이뤄서 층층이 자라는 모습을 보실 수 있답니다.

• 칠엽수
  칠엽수는 잎이 7갈래로 갈라진 나무라는 뜻이에요. 실제로는 5갈래에서 9갈래로 다양한 변이를 지니고 있어요. 칠엽수는 우리나라에서 자생하는 나무는 아니고, 일본에서 공원이나 가로수로 들여왔죠. 비슷한 식물로는 가시칠엽수가 있는데, 이 식물이 프랑스어로 마로니에랍니다. 서울 혜화역의 마로니에 공원이 바로, 이 가시칠엽수에서 유래한 이름인 거죠. 하지만 실제로 이 공원에 심은 나무는 그냥 칠엽수라고 해요. 칠엽수와 가시칠엽수를 가장 쉽게 구분하는 법은 바로 열매의 껍질이에요. 껍질이 매끄러우면 칠엽수, 가시가 있다면 가시칠엽수죠. 지금 두 나무는 밤처럼 단단한 열매를 맺는데요, 이 열매를 말밤이라고 해요. 말밤은 독성이 있어서 먹을 수 없지만, 이 독성을 제거해서 프랑스에서는 ‘마롱글라세’, 일본에서는 ‘도치모치’라는 과자를 만든다고 해요. 우리나라에서는 맛보지 못하지만, 언젠가 두 나라에 가게 된다면 꼭 시도해 보시길!

• 석산(꽃무릇)

  석산의 영어 이름은 spider lily. 가느다란 꽃잎과 긴 수술이 거미 다리를 연상시키기 때문에 이런 이름이 붙었어요. 일본에서는 석산을 피안화라고 부르는데, 먹은 뒤에 피안(죽음)의 세계에 닿는다는 뜻이 담겨있다고 해요. 이에 대해 여러 괴담이 있지만, 대기근에 굶주린 사람들이 먹을 것이 없어서 독이 있는 피안화를 먹고, 이후에 식인을 했다는 이야기가 있어요. 그래서 요즘 핫한 애니메이션 '귀멸의 칼날'에서도 푸른색 피안화가 중요한 요소로 등장하죠.

  석산의 인경은 탱화를 만들 때도 썼기 때문에 절 근처에 석산을 많이 심었다고 해요. 또 끼니를 해결할 수 없을 때 구황작물로 이용하기도 위해서였다고 하죠. 오늘날은 아름다운 꽃 때문에 절에서 뿐만 아니라 공원과 식물원에서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어요. 석산은 빠르면 추분경에 피어날 거예요. 이번 알림장을 보고 길다가 이 꽃을 만난다면 친구에게 '얘 이름은 석산이야~!'하고 알려주세요!

지인에게 샐러드연맹을 홍보할 때 난감한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식물 알려주는 곳이야' 하고 얼버무리기에는 아쉬운 감이 있죠. 그래서 샐러드연맹을 소개하는 노션 페이지를 만들었어요. 이제 친구를 영업할 때 이 초대장(링크)을 써주세요!😆 

식물 & 생태 & 먹거리 분야 정보망을 만들어보려 해요. 제가 접하는 정보의 풀이 희미하게 보이는데, 관련된 기관 & 커뮤니티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사이트는 왜 없을까, 진짜 없다면 우리가 정리해 보면 어떨까 싶었어요. 그러다 올해 수도권에 반딧불이를 볼 수 있는 곳을 추천해 달라는 메일을 받고 결심했어요. 올해 안에 시도해  보자고요! 혼자서라면 무리겠지만, 단원님들을 모아 함께한다면 유의미한 정보망이 나오지 않을까요? (수도권 위주의 정보망에서 탈피하고 싶기도 하고요) (사이트 구축은 Notion에 하려고요!)

그래서 우선 함께할 단원님을 모집하기 앞서서 단원님들의 궁금증을 먼저 모으고 싶어요. 어떤 분야의 어떤 정보가 궁금한지요. 인터넷이 발달한 세상이라도 정보의 불균형은 있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관심사, 가치관, 가까운 이들의 관심사, 전공, 활동 지역, 근무 경험, 관련 자격증 과정을 수료 등에 따라 서로 예측하지 못했던 세계와 정보들이 있을 테니까요! 알림장은 미약하게나마 그 정보들을 가공하는 역할을 하고 있지만, 저도 제 알을 깨기 위해서, 제가 아는 모든 정보를 정리하면서 모두의 정보를 모으고 싶어요! 같이 알을 깨봐요!

🐻 : 현재 틀 작업에 들어갔는데, 생각보다 방향성 설정이 어려워서 고민 중에 있어요. 샐러드연맹만의 방식이 뭔지 더 고민해서 들고올게요! 

• 새만금 신공항 취소 판결을 바라는 '새, 사람 행진' (8.12~9.11) 

• 브리드북스 '식물학자가 산책하는 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