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24절기의 12번째 절기, 대서에요. 대서는 한자로 큰 더위라는 뜻인 만큼 몹시 더운 절기에요. 지난 절기인 소서부터 대서까지 두 개의 기단이 위아래로 힘겨루기하며 장마 전선이 오르내리는 시기이죠. 장마가 지나간 자리에는 ‘고온 다습한’ 찜통더위를 느낄 수 있어요.
‘장마’ 하면 끈적거리는 더위와 함께 불쾌함이 들겠지만, 사실 장마는 필요한 존재예요. 장마 기간에 내리는 비는 국내 1년 강수량의 약 30%를 차지해요. 이 기간에 비가 제대로 내리지 않는다면 우리는 봄, 겨울에 더 심한 물 부족에 시달릴 거예요. 또 장맛비는 공기 중의 중금속, 미세먼지 농도를 떨어트리고, 도시의 열을 낮춰주는 기능도 하죠. 하지만 빛이 있다면 어둠이 있듯 장마로 인한 문제도 무시할 수 없어요. 장마가 오래 지속되면 과일과 채소 수확에 차질이 생기고, 감당하지 못할 강우량으로 인한 홍수나 침수, 산사태 피해가 발생해요. 올해는 장마가 일찍 끝나서 농부들을 당혹스럽게 했는데요, 다행인지 장마 전선이 다시 돌아왔지만, 대야로 물을 쏟는 것 같은 호우가 계속되면서 많은 피해가 발생하고 있어요. 점점 변덕스러운 비 소식에 촉각을 곤두세워야 할 것 같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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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원님, 요즘 아침은 안녕하신가요?
비 피해는 크게 없으셨죠? 작년 이맘때는 매미 소리로 아침잠을 설쳤는데, 올해는 장맛비가 너무 일찍 갔다가 갑자기 돌아온 탓일까요? 동네 말매미 소리가 작년보다 수그러든 것 같아요. 그도 그럴 것이 지난밤 폭우로 집 근처 하천은 풍경이 아예 달라졌어요. 새로 생긴 다리는 가라앉았고, 나무로 만든 산책로는 이쑤시개로 만든 모형처럼 힘없이 허물어졌어요. 물은 생각보다 더 무서운 존재 같아요. 비 오는 날은 작은 개울이라도 근처에 가지 마세요. 절대로!
올해 여름은 여름답게 보내고 있어요. 평일에는 식물을 채집하러 가고, 점심에는 정원을 누비고, 주말에도 생물을 보러 다니는 약속을 만들고 있거든요. 다 똑같은 거 아니냐고요? 아주 다르답니다! 해야 하는 걸 하는 것과 덕질하듯 공부하는 게 다르듯 말이에요. 그 여파로 무말랭이 같은 일주일을 보냈지만 후회하지 않아요. 단원님은 동사의 여름을 보내고 계신가요? 너무 더워서 아무것도 하기 싫으시다고요? 덥지만 자연 속에 있는 시간도 가져보세요. 계곡에서 탁족도 해보시고요. 무더위는 피해야겠지만, 여름을 여름답게 보내는 시간도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후덥지근하고 지긋지긋한 여름도 있지만, 파란 하늘, 뭉게구름이 가득한 여름도 있으니까요. 힘껏 들어가 보아요.
이번 대서 식물알림장은 다음 주에 있을 도시 식물 주간을 맞아 관련된 이야기를 위주로 준비했어요. 그리고 지난 식물알림장에서 소개한 탐험가 Carlos Velazco가 도시 식물 주간을 기념해서 글을 흔쾌히 보내주셨어요. 멕시코에서 활동하는 생물학자의 시선에서 도시 식물과 이를 기록하는 시민과학자의 중요성을 담아주셔서 저도 흥미롭게 읽었답니다! 끝까지 읽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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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림장마다 절기를 즐기기 위한 작은 미션을 드려요. 제철 과일을 먹고, 새 소리도 들으면서요! 혼자 하면 민망할 수 있지만, 전국에 있는 단원님들과 함께하면 우리들만의 재밌는 작당이 될 테니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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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는 14종의 매미가 살고 있어요. 엄청나죠? 말매미, 참매미, 유지매미, 애매미, 쓰름매미, 털매미 등 다양한 매미가 살고 있답니다. 그중에서 우리가 도시에서 자주 듣는 매미 소리는 말매미, 참매미예요. 참매미는 상대적으로 낮은 온도에서 활동할 수 있어서 아침과 저녁에 울고, 한낮에는 말매미 소리를 들을 수 있어요. 아침저녁으로 이동하면서 매미 소리를 구분해 보세요!
매미 소리가 들린다는 이야기는 매미 유충(굼벵이)가 땅속에서 긴 시간을 보내고, 나와 허물을 벗었다는 이야기죠. 화단을 살펴보면 잎사귀 아래, 나무줄기, 벽돌 담벼락에서도 허물을 발견할 수 있어요. 화단 속 굼벵이 허물을 찾아보세요. 징그럽다고요? 빈 허물은 가볍고, 정말 정교해요! 찬찬히 살펴보세요. 나우시카의 오무가 떠오르는 투명한 눈부터, 더듬이까지 관찰하다 보면 징그럽다는 생각은 싹 가실걸요! 저는 지난주에 보도블록을 엉금엉금 기어가는 굼벵이를 발견했답니다🐻✌️ 팔 위에 올려놨더니 저를 나무라고 생각하고 뾰족한 앞다리로 콕콕 짚으며 올라와서 생각보다 따갑긴 했지만, 귀여웠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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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1 빗물이 식물에게 보약인 이유
#2 도시 식물과 함께하는 법
#3 매미와 파랑새
#4 멕시코의 생물학자가 바라본 '도시 식물과 시민과학'
#5 대서와 입추 사이 도시 식물 빙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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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집사라면 비가 올 때 화분을 창밖으로 내놓은 경험이 있지 않으신가요? 빗물이 보약이라고 하니까요. 그런데 왜 그런지는 아시나요? 왜 깨끗하게 걸러진 수돗물과 정수기 물보다 빗물이 더 식물에게 좋을까요? ‘괴도물팡’ 활동으로 도시 식물에게 물을 주기 전에 알아보도록 해요.
빗물은 소독을 위해 넣은 염소(CI)도 없고, 번개 등 대기 반응을 통해 생성된 질산염(NO₃⁻)이 소량 빗물에 포함되어 있어서, 식물에게 필요한 3대 영양소 중 하나인 질소(N) 공급원이 될 수 있어요. 질소는 식물의 영양생장을 돕는 성분이라 식물이 쑥쑥 자랄 수 있죠. 하지만 수돗물은 염소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염소 성분이 식물에게 스트레스를 줄 수 있어요. 그래서 수돗물을 줄 때는 미리 받아서 하루 정도 둬서 염소를 증발시키고 식물에게 줘야 한답니다. 그렇다면 염소 성분이 없는 정수기 물은 왜 좋지 않을까요? 정수기 물은 너무 깨끗해서 문제가 될 수 있어요. 정수 물은 미네랄이 다 빠져 있어서 삼투압 때문에 식물이 오히려 수분을 빼앗기는 역효과가 생길 수 있거든요. 그래서 괴도물팡을 하게 된다면 마실 물과 수돗물을 따로 받아서 챙겨야 해요.
그렇다면, 식물이 목마른지는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수분이 부족한 식물은 잎이 축 늘어지거나 겉뿐만 아니라 안쪽 흙까지 바싹 말라있어요. 또 화분이 유난히 가볍게 느껴지기도 하죠. 이럴 땐 겉만 적시지 말고, 화분 구멍 아래로 물이 살짝 흐를 정도로 충분히 물을 줘야 해요. 물은 아침에 주는 게 제일 좋아요. 쨍쨍한 한낮에 물을 주면, 물방울이 잎에 맺혀서 잎끝이 탈 수도 있거든요. 또 물이 금방 증발에서 뿌리까지 흡수하지 못할 수도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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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걷다 보면, 이 나무는 몇 살인지, 무슨 나무인지 궁금했던 적 있으신가요? 독일 베를린에는 그런 궁금증을 풀어주는 특별한 웹사이트가 있어요. 바로 ‘Gieß den Kiez’, 90만 그루가 넘는 나무의 정보가 담긴 도시 나무 지도랍니다. 이 지도에는 나무의 수종, 나이, 건강 상태는 물론, 물을 얼마나 자주 주어야 하는지까지 표시돼 있어요. 회원 가입을 하면 마음에 드는 나무를 ‘입양’하고, 직접 물을 준 기록도 남길 수 있죠. 나무 아이콘의 색깔로 물 부족 상태를 알려주는데요, 녹색은 건강함, 주황색은 ‘목말라요!’의 신호랍니다. 지금까지 천여 명의 사람들이 함께하고 있어요. 이 프로젝트는 오픈소스로 운영되어 독일의 라이프치히나 다른 도시에서도 나무 지도를 만들고 있어요. 라이프치히에서는 25년 미만의 나무만 표시되고, 공공 수원 정보도 함께 제공되어 물을 어디서 얻을 수 있는지까지 알려준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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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에서 과일을 따는 법
도시에는 그늘을 위한 가로수 말고도 다양한 과일나무가 함께한답니다. 골목 어귀, 공원 옆, 버려진 철로 근처 등 우리가 지나치던 곳에 사과, 오디, 매실 등 다양한 과일나무가 자라고 있어요. 이런 나무들을 지도에 기록하고 함께 나누는 프로젝트들이 있어요. 바로 Fruit map과 Fallen Fruit Project입니다.
두 웹사이트는 모두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열린 과일나무 지도지만, 지향하는 방향은 조금 달라요. Fruit map은 전 세계 어디서든 과일나무의 위치와 정보를 기록하는 ‘공공 과일 지도’로, 열매의 시기와 종류를 중심으로 도시의 자원을 나누는 데 초점을 두고 있어요. 반면, Fallen Fruit Project는 예술적 접근이 더해진 프로젝트로, 나무를 매개로 도시 공동체를 회복하고, 공간과 소유 개념을 다시 생각하게 하는 사회적 실험의 성격이 짙답니다.
사람들은 지도를 통해 가까운 과일나무를 발견하거나, 과잉 생산된 열매가 땅에 떨어져 도시 야생동물을 불러오는 문제를 막기 위해 정보를 공유하기도 해요. 나라와 도시마다 목적은 조금씩 다르지만, 이 나무가 언제 피고, 언제 열매 맺는지, 어떤 곤충과 새들이 찾아오는지를 지켜보는 건 어디서든 중요한 일인 것 같아요. 이런 지도는 우리가 도시 식물과 거리를 좁히는 즐거운 방법인 것 같아요. 식물과 함께 사는 도시란, 나무 그늘을 즐기는 것을 넘어서 서로 이름을 부르고, 계절을 나누는 관계라고 생각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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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식물과 친해지는 법
도시의 보도블록 틈, 전봇대 아래, 벽 사이에서 조용히 자라는 풀들은 대부분 ‘잡초’라는 이름 아래 관심을 받지 못하고 살아가요. 하지만 이런 식물들의 이름을 불러주고, 존재를 기록하려는 다양한 움직임이 세계 곳곳에서 이어지고 있어요. 샐러드연맹을 포함해서요!
2011년, 프랑스 국립자연사박물관과 시민 식물 관찰 네트워크인 Tela Botanica는 ‘Sauvages de ma rue(내 거리의 야생 식물들)’라는 시민 과학 프로젝트를 시작했어요. 이 활동은 도심 속에서 만난 식물을 관찰하고 분필로 이름을 적는 활동이에요. 이 프로젝트는 도시에 사는 식물들도 생태계의 중요한 구성원이라는 인식을 넓히는 계기가 되었어요. 이후 2019년, 영국의 식물학자 Sophie Leguil은 프랑스의 이 프로젝트에서 영감을 받아 런던에서 ‘More Than Weeds(잡초 그 이상)’라는 활동을 시작했어요. 또 이 물결은 한국에서도 이어지고 있어요. ‘오늘의 행동’ 에서 제안한 ‘너의 이름은’ 캠페인이에요.
샐러드연맹에서는 도시식물주간을 맞아 식물알림장에서 만나는 식물을 나와 친구 뿐만 아니라 같은 공간을 쓰는 이웃들에게도 알려주자는 취지에서 '너의 이름은' 활동을 넣었답니다. 식물의 이름을 불러주기 위해서는 가드너이거나 식물학자일 필요가 없어요. 하나씩 이름을 찾아 적는 그 순간부터, 식물과 내가 연결되는 경험이 시작돼요. 이 작은 행동은 우리가 매일 무심히 지나치던 식물을 다시 보게 만들어요. 우리가 이름을 불러줄 때, 식물은 ‘잡초’가 아닌 매일 마주치는 ‘식물 이웃’이 돼요. <도시 식물 주간>을 통해 도시 식물과 찐한 일주일을 보내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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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박구리와 매미
글 : 박임자 (아파트탐조단 단장, 탐조책방 대표) 그림 : 맹순씨 (팔순 새그림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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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박구리는 아파트에서 가장 일찍 일어나는 음치지만 노래를 정말 좋아하는 수다쟁이예요. 어떤 소리를 내는지 궁금하다면 내일 아침 가장 먼저 일어나 ‘찍~’ 하고 소리를 내는 새를 찾아보면 바로 그 새가 직박구리일 거예요. 직박구리는 노래를 좋아하는 음치 외에도 단맛 중독자라는 별명이 있는데요, 꽃잎이나 꽃 속의 꿀, 달달한 감 등 꽃과 열매가 주는 단맛을 좋아해 직박구리를 만나고 싶다면 도시 아파트의 꽃이 있는 나무를 잘 살펴보면 그 주변에서 귀깃에 갈색 반점이 있는 직박구리를 만날 수 있을 거예요.그런데 직박구리도 부모라는 걸 알 수 있는 시기가 있는데 그게 바로 지금이에요. 자기가 좋아하는 단맛을 포기하고, 벌, 거미, 매미 등을 물고 다니는 걸 볼 수 있어요. 바로 알에서 깨어난 새끼를 키우기 위해 단백질이 있는 곤충 등을 잡아다 먹이고 있는 건데요, 그럴 때면 부모 직박구리의 뜨거운 모성애를 느낄 수 있어요. 7월 초부터 매미가 울기 시작했는데, 가끔 매미가 죽는 소리를 낼 때가 있어요. 바로 직박구리나 곤줄박이, 황조롱이 등의 새에게 잡혔을 때인데요, 한 생명이 죽고 한 생명이 사는 생태계를 도시 한복판에서도 우리는 느낄 수 있어요. 뜨거운 여름은 직박구리에게도 매미에게도 뜨거운 삶의 현장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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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멕시코의 생물학자가 바라본 '도시 식물과 시민과학'
글 : Carlos Velazco (National Geographic Explore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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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흔히 도시에는 생물다양성이 거의 없거나 아예 없다고 생각하곤 합니다. 우리는 대개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차를 타거나, 그냥 걸어서 도시를 이동하지만, 잠시 멈춰 서서 우리 곁에 살고 있는 식물, 동물, 곰팡이들을 들여다보는 시간은 좀처럼 갖지 않습니다. 이들은 우리 집 안이나 동네 공원에도 함께 살고 있는데 말이죠. 제가 살고 있는 멕시코 북동부에 위치한 몬테레이라는 도시는 600만 명이 거주하는 대도시지만, 도시 안팎에는 놀라운 자연이 공존하고 있습니다.
참 제 소개를 깜빡했군요. 저는 Carlos Velazco라고 합니다. 프리랜서 생물학자이고, 멕시코 몬테레이에 오래 살았어요. 저는 주로 시민과학 활동을 하고 있으며, iNaturalist.org라는 자연 기록 플랫폼을 통해 생물다양성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어떤 기관이나 정부, NGO에도 소속되지 않고, 멕시코를 포함한 다양한 나라를 자유롭게 다니며 관찰 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그 결과 iNaturalist에 45,000건 이상의 검증 가능한 기록을 남겼고, 9,700종이 넘는 생물을 문서화했습니다. (🐻 : iNaturalist의 기록은 업로드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유저가 종 동정에 대한 검증 과정을 거쳐야 신뢰 가능한 등급의 기록이 될 수 있어요.) 제 아이디는 ‘aztekium’이고, 이곳에서 제 관찰 기록을 보실 수 있어요. 기쁘게도, 저는 멕시코 내에서 iNaturalist 기록한 종 수 1위를 기록하고 있고, 라틴아메리카 전체에서도 2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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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경험에 따르면, 시민과학은 우리 주변의 생물다양성을 알아가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 중 하나입니다. 생물학자나 전문가만이 종을 동정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오늘날 우리는 스마트폰으로 손쉽게 사진을 찍고, 빠르게 발전 중인 AI 기술의 도움도 받을 수 있으니, 지금이야말로 보전과 정책 결정을 위해 생물다양성 데이터를 수집할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7월 27일부터 "도시 식물 주간(Urban Plant Week)"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우리는 식물에게 어떻게 목소리를 줄 수 있을까요? 식물에게 ‘얼굴’이란 게 있을까요?
메가다양성 국가인 멕시코에서는 국가 차원에서 생물다양성에 대한 이해와 문서화가 상당히 잘 되어 있으며, 대부분의 주요 균류, 식물, 동물 그룹에 대한 적절한 체크리스트가 있습니다. 대부분의 주에 대한 정보도 잘 완성되어 있지만, 때로는 오래되었거나 지리적 격차가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지자체(멕시코에서 가장 작은 정치 단체), 지역 공원, 보호 구역, 학교, 개별 주택과 같은 작은 지리적 영역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정보가 부족하거나 아예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2006년을 돌아보면, 제 고향인 누에보 레온 주에는 식물 종들의 살아있는 사진조차 존재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운이 좋아야 도감에 선화(line drawing) 한 장, 일부는 스캔된 표본자료가 있을 뿐, 대다수는 그저 이름만 존재하는 잊힌 종이었죠. 우리 고장의 생물다양성에 대한 증거를 수집하기 위해 연구자에게 의존해야 할까요? 언제 어디서나 생물다양성을 기록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한 연구자가 있을까요? 데이터 수집, 검증, 의사 결정에 대한 책임을 공유할 수 있는 시민 과학이 중요한 이유입니다.
그래서 저는 그 식물들에게 얼굴을 찾아주는 일을 제 사명으로 삼았습니다. 보이는 모든 식물을 사진으로 기록하기 시작했고, 처음에는 야후의 Flickr를 이용했어요. 전 세계 사람들과 식물 사진을 공유하기 위해 사용료까지 지불했는데, 믿기 어렵겠지만, 사진을 무료로 공유한다고 비난을 받기도 했습니다.
그럼 이 이야기가 도시 식물과 어떤 관련이 있을까요?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 볼게요. 우리는 도시 환경에서도 놀랄 만큼 다양한 식물을 발견할 수 있다는 사실을 그동안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2013년, 멕시코가 iNaturalist를 공식 시민과학 플랫폼으로 채택하면서 상황이 바뀌었어요. 누구나 자유롭게 관찰 결과를 공유할 수 있게 되었고, 생물학자뿐 아니라 일반 시민 모두가 생물다양성 기록의 공동체 일원이 되었습니다. 지금은 도시 주변 특정 지역을 설정해 생물다양성을 기록할 수 있고, 식물만 따로 필터링해서 볼 수도 있습니다. 이 링크를 통해 확인할 수 있어요.
도시는 단순히 콘크리트와 아스팔트로 이루어졌을까요? 아니면 도심 속과 주변의 녹지를 포함해 바라봐야 할까요? 지금까지 제 도시 전역에서 1,700종이 넘는 식물이 기록되었으며, 대부분이 자생종입니다. 많은 식물들이 자연 그대로의 서식지에서 살아가고 있고, 일부는 재배된 상태이지만, 그 역시 자생종인 경우가 많습니다. 도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대표적인 자생 식물로는 Cordia boissieri (지치과), Leucophyllum frutescens (현삼과), Parkinsonia aculeata (콩과), Helianthus annuus (국화과), Argemone mexicana (양귀비과) 등이 있습니다. 솔직히 도시 내 종 수가 너무 많아 전부 다 소개하긴 어렵지만, 꼭 언급하고 싶은 한 식물과가 있는데, 바로 선인장과(Cactaceae)입니다. 멕시코는 전 세계에서 선인장 종 다양성이 가장 높은 나라 중 하나이며, 그중 누에보 레온 주는 세 손가락 안에 드는 지역입니다. 도시 주변에 자라는 선인장만 해도 100종이 넘으며, 여기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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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도심에는 외래종과 침입종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Ricinus communis (피마자), Cenchrus ciliaris, Nicotiana glauca, Melinis repens 등이 대표적입니다. 이런 종들은 회복 중인 생태계에 악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확산에 대해 주의 깊게 살펴보아야 합니다. 하지만 긍정적인 변화도 함께 있습니다. 사람들이 이제는 공원이나 정원에 식재할 때 자생종을 위주로 선택한다는 점입니다. 이들은 야생동물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에요. 여기서 말하는 야생동물은 새나 포유류뿐 아니라, 곤충, 거미류 같은 작은 동물들도 포함됩니다. 특히 자생 꽃가루 매개자에 대한 관심이 최근 도시에서 크게 증가하고 있어요. 정말 반가운 일입니다! 식물을 인식하지 못하는 현상, 이른바 ‘식물맹(plant blindness)’은 최근 들어 점차 해소되고 있습니다. 나무뿐 아니라 관목과 초본류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고, 도시에 다양한 층위의 식생을 들이려는 시도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몇 주 전, 저는 제11회 국제식물원 교육회의(ICBG)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했습니다. 일주일 동안 서울과 주변에서 130종 이상의 식물을 기록했고, 200건이 넘는 관찰 데이터를 남겼습니다. 이는 서울에서 관찰 가능한 식물의 아주 일부분에 불과합니다. 서울 지역 전체로 보면 약 1,000종이 기록되어 있고, 범위를 넓히면 1,200종이 넘습니다. 저는 출국 전에 iNaturalist의 기존 데이터를 확인하며 어떤 장소를 가면 좋을지, 무엇을 관찰할 수 있을 지를 미리 계획했고, 결과는 매우 만족스러웠습니다.
이제는 여러분의 차례입니다. 집 주변의 새로운 장소를 탐방해 보세요. 식물을 관찰해 기록해 보세요. 곧 거미, 딱정벌레, 잠자리, 곰팡이, 조류 등 다양한 생물에도 눈길이 갈 거예요. 자연은 쉽게 외면할 수 없는 존재이고, 그 보전은 우리 모두의 손에 달려 있습니다. 지금 행동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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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의 덧붙임
Carlos는 시민과학자가 필요한 이유가 종 목록을 만드는 것에 국한되지 않는다고 덧붙였어요. 그에 대한 두 가지 경험을 들려줬답니다. 글의 맥락에 맞지 않아서 본문에는 빠졌지만, 꼭 필요한 이야기라고 덧붙여요.
Carlos는 iNaturalist를 통해 집 앞 정원에서 신종 귀뚜라미를 발견했다고 해요. 처음 이 귀뚜라미를 발견한 것은 2018년이었는데(첫 번째 기록), 2년 뒤 이 귀뚜라미를 다시 기록하면서 공식적으로 연구를 시작했다고 해요(두 번째 기록, 세 번째 기록). 그리고 결국 이 귀뚜라미의 울음소리를 녹음했고, 녹음을 바탕으로 완전히 새로운 신종임을 확인했어요. 집 앞 정원에서 신종을 발견한거죠! 이 귀뚜라미는 Neoxabea mexicana라는 이름으로 공식 학술지에 신종으로 발표됐답니다.
정부가 FIFA 경기를 위해 산타카타리나 강을 가로지르는 6차선 고속도로를 건설하고자 하자 이를 저지하기 위해 지역 사회가 해당 프로젝트가 생태계에 미칠 증거를 모으기 시작했고, 소셜 미디어와 대중을 위한 현장 방문과 함께 iNaturalist 기록을 사용하여 정부가 프로젝트를 철회할 수 있는 증거를 제공했다고 해요. 해당 문제는 아직 완전히 해결된 것은 아니지만, 오랜 시간 시민들이 모아둔 관찰 기록이 있었기 때문에 무분별한 개발을 저지할 수 있었어요.
시민과학자의 기록을 통해 우리는 우리 도시에서 생물다양성의 핫스팟은 어디인지, 우리 집 근처에 IUCN 적색목록 종이 있는지, 생물다양성 데이터에 무료로 접근할 수 있는지, 고민해볼 수 있게 되었어요. Carlos는 iNaturalist에 적극적인 기록자가 됨으로 이러한 경험을 할 수 있었고, 2023년에는 내셔널 지오그래픽 협회로부터 웨이파인더 상을 받았고, 탐험가가 되었어요. 그래서 지금은 더 많은 사람들이 시민과학자가 되어 지역 사회에서 생물다양성을 증진하고 역량을 강화할 수 있도록 응원하고 있답니다! 우리 모두 자연 관찰 기록이 개인의 취미라고 가벼이 여기지 말고 자부심을 가지고 활동하시길 바라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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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 다가오며 점점 다양한 식물들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어요. 비교적 쉽게 발견할 수 있는 식물들을 중심으로 빙고를 담아봤어요. 이번 절기에도 식물 빙고에 도전해 보세요! 사진과 이름만 적기엔 뭔가 아쉬워서, 몇몇 식물에는 짧은 재미있는 이야기도 덧붙였답니다. 이번 빙고판도 웅이 찍은 사진과 출발! 출근길 식물 탐험대의 사진을 함께 사용했습니다.
🌼 강아지풀
아파트, 주택가, 회사 근처에서 자주 보이는 풀의 종류는 단조로운 듯 하지만 계절에 따라서 바뀌어요. 그중에서 눈에 띄는 식물은 단연 강아지풀이 아닐까 해요. 강아지풀은 강아지 꼬리를 닮아서 붙여진 이름이지만 옛 이름은 가라지라고 해요. 가라지는 키우는 식물이 아닌 잡초를 통칭한다고 하는데요. 그만큼 지금 이 시기에 강아지풀은 정말 어디서도 볼 수 있을 정도로 도심의 흔한 잡초에요. 인위적으로 가꾸는 화단과 밭에서는 골칫덩어리지만 강아지풀의 씨앗은 참새나 작은 소동물들에게는 중요한 먹이자원이에요. 종종 참새가 얇디얇은 강아지풀 줄기에 매달려서 씨앗을 먹는 모습을 보실 수 있어요.
🌼 참나리
참나리는 호랑이를 연상시키는 나리꽃이예요. 진한 주황색에 꽃잎에 까만 점들이 있어서 화려하죠. 참나리는 화단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식물이에요. 잎과 줄기 사이에 '주아'라는 살눈이 있어서 열매처럼 생겼지만, 사실 열매가 아니라 같은 유전자의 곁눈이 자란 거예요. 톡 떼어내서 심으면 모체랑 유전자가 같은 식물이 자라요!
🌼 닭의장풀
닭의장풀은 중국에서 오리장풀이라는 이름이 유래되어 닭의장풀이라는 이름이 붙었어요. 오리장과 닭장처럼 축축한 곳을 좋아하는 식물이죠. 영어로는 'Day flower'라고 하는데, 꽃이 아침에 피었다가 저녁이면 녹아서 사라지기 때문에 . 일본에서는 아침 이슬이 있는 동안만 핀다고 노초(露草)라고 부르기도 했어요. 닭의장풀은 미키마우스 같은 파란색 꽃잎 2장과 보이지 않는 투명한 꽃잎 4장으로 이뤄진답니다. 잡초로 취급되는 도시 식물이지만, 당나라 시인 두보는 수반에 닭의장풀을 꽂아서 키웠고, 꽃을 피우는 대나무라고 말하며 감상했다고 해요. 실제로 꺾어다가 화병에 꽂아두면 시원시원한 줄기와 잎의 모양새가 멋진 식물이랍니다.
🌼 접시꽃 vs 무궁화 소서부터 무궁화와 접시꽃이 피기 시작해요. 두 식물 모두 아욱과라서 꽃의 생김새가 비슷하지만, 엄연히 다른 식물이랍니다. 접시꽃은 우선 풀이고, 무궁화는 나무에요. 줄기가 목질이면 무궁화, 그렇지 않으면 접시꽃이랍니다. 그리고 접시꽃의 잎은 손바닥처럼 5-7개로 갈라진 잎이지만 무궁화의 잎은 달걀 모양에 3-4개의 큰 톱니가 있어요. 이 부분만 알아도 쉽게 구분할 수 있답니다.
🌼 비비추 vs 옥잠화 두 식물 모두 도시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식물이에요. 반그늘에서도 잘 살기 때문에 아파트처럼 건물 사이의 화단에서도 잘 사는 고마운 식물이에요. 비비추는 우리나라에서도 자생하고, 보라색 꽃이 피고, 옥잠화는 중국이 고향이고 하얀 꽃이 피어요. 옥잠화의 하얀 꽃봉오리는 옥으로 만든 비녀 같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랍니다. 비비추 이름의 유래는 여러 설이 있지만 꽃이나 잎이 비비 꼬여있는 취(나물)이라고 해서 비비추라는 이름이 붙었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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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에게 샐러드연맹을 홍보할 때 난감한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식물 알려주는 곳이야' 하고 얼버무리기에는 아쉬운 감이 있죠. 그래서 샐러드연맹을 소개하는 노션 페이지를 만들었어요. 이제 친구를 영업할 때 이 초대장(링크)을 써주세요!😆
업데이트가 늦었죠? 최근에서야 정신이 들어서 2024년도 활동을 업데이트했어요. 작년에 무슨 활동이 있었나~ 살펴봐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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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식물 주간은 일주일간 온.오프라인으로 우리가 매일 걷는 길 위에서 마주치는 식물들을 조명하는 프로젝트예요. 곳곳에 자라는 도시 식물을 알아가고, 같은 공간을 이용하는 다른 사람들에게도 도시 식물을 알려줄 수 있어요! 또 목말라하는 식물에게 물을 줄 수도 있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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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식물 & 생태 & 먹거리 분야 정보망을 만들어보려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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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 & 생태 & 먹거리 분야 정보망을 만들어보려 해요. 제가 접하는 정보의 풀이 희미하게 보이는데, 관련된 기관 & 커뮤니티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사이트는 왜 없을까, 진짜 없다면 우리가 정리해 보면 어떨까 싶었어요. 그러다 올해 수도권에 반딧불이를 볼 수 있는 곳을 추천해 달라는 메일을 받고 결심했어요. 올해 안에 시도해 보자고요! 혼자서라면 무리겠지만, 단원님들을 모아 함께한다면 유의미한 정보망이 나오지 않을까요? (수도권 위주의 정보망에서 탈피하고 싶기도 하고요) (사이트 구축은 Notion에 하려고요!)
그래서 우선 함께할 단원님을 모집하기 앞서서 단원님들의 궁금증을 먼저 모으고 싶어요. 어떤 분야의 어떤 정보가 궁금한지요. 인터넷이 발달한 세상이라도 정보의 불균형은 있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관심사, 가치관, 가까운 이들의 관심사, 전공, 활동 지역, 근무 경험, 관련 자격증 과정을 수료 등에 따라 서로 예측하지 못했던 세계와 정보들이 있을 테니까요! 알림장은 미약하게나마 그 정보들을 가공하는 역할을 하고 있지만, 저도 제 알을 깨기 위해서, 제가 아는 모든 정보를 정리하면서 모두의 정보를 모으고 싶어요! 같이 알을 깨봐요!
🐻 : 현재 틀 작업에 들어갔는데, 생각보다 방향성 설정이 어려워서 고민 중에 있어요. 샐러드연맹만의 방식이 뭔지 더 고민해서 들고올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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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이곳저곳을 다니다 보니, 책장 위 선반에 온갖 전리품이 쌓이고 있어요. 어청도에서 가져온 전구, 출장 가서 주워온 동그랗게 마모된 곰솔의 수피, 돌멩이, 해변에서 주워온 백화된 가재, 루어 낚시에 쓴 물고기 모양의 찌 등등이요. 원래 씨앗이나 벌집 같은 자연물 모으는 걸 더 좋아했지만, 올해는 쓸모없지만 기억에 남는 전리품을 가져오고 있어요.
요즘 저의 목표는 공부한다는 마음으로 식물보기를 줄이자!에요. 쫓기듯 공부하는 마음은 좋아하는 마음을 잃게 하니까요. 그래서 식물과 곤충, 새를 함께 보는 일이 더 즐거워요. 비로소 취미 생활을 하는 기분이랄까요. 눈 앞에 있는 생물을 찾아내고, 마음껏 귀여워하고, 떠오르는 질문들을 마구 던지고요. 단원님도 알림장을 통해 이런 즐거움을 찾으시길 바라요.
그럼 우리는 다음 절기에 만나요!
"알면 맛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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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원님 : 저도 최근에 쌀을 사보려고 우보농장 사이트에 들어갔다가 이근이 농부님의 최근 소식을 듣고 마음이 좋지 않았습니다. 토종 콩 종자를 연구하신다는 정규화 교수님도 연세가 많으시고 전체적인 농업인 연령대가 높다보니 이러다 명맥이 끊기면 어쩌지 마음 졸이게 되네요😭 부디 모두 건강하고 이근이 농부님도 쾌차하면 좋겠어요! 소식 감사합니다.
🐻 : 공감해주셔서 감사해요. 같이 쾌차하시길 기도해요🙏 종종 작은 포럼에 가면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여기 폭탄이 떨어진다면 우리나라 000의 미래는 끝나겠는걸? 하는 생각이요. 토종씨앗처럼 소수의 농부들이 명맥을 잇는 활동이라면 더욱 그런 것 같아요. 저의 상상처럼 극단적인 상황이 아니더라도, 충분히 걱정스러운 상황인 것 같아요.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뭘까요? 뾰족한 답이 있는 건 아니지만... 함께 고민해봐요.
🦊단원님 : 지난해 소서에 뜨겁게 만났던 기억이 새록새록하네요. ^^ 분명 작년에는 뜨꺼운 태양과 세찬 비가 함께 했었는데 올해는 뜨겁기만 하니 참 기후문제가 심각합니다. 이번 소서 편지에서 실린 내용들에 많이 눈길이 갑니다. 그 중 러브버그 관련해서 환경 이슈에서 정치, 사회적 이슈로 까지 다양한 관점에서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근데 또 러브버그가 좀 잠잠해 지고 나니 또 사람들은 잊어버리고 맙니다. 어른들은 징그러워 하지만 아이들은 신기해 해요. 어른들도 혐오만 하지 말고 장기적이고 깊이 있게 연구해서 아이들에게 왜 이런 현상이 빚어지고 있는 지 말해줄 수 있게 해주었으면 합니다. 그 새 사라졌다고 그냥 또 다들 잊어버릴꺼 혐오하는 말을 쉽게 내뱉는 지 그런 행동이야 말로 아이들 보기 부끄럽기만 해요. 더운 여름 잘 보내세요. 대서 소식도 기다리겠습니다.
🐻 : 안녕하세요 🦊님, 다행히 답장을 보내는 지금, 장맛비가 내리고 있지만, 산불 지역의 산사태 걱정이나, 비가 너무 급작스럽게 많이 내려서 쓸려내려간 작물들을 생각하면 또 마음이 편치 않네요. 공감해주셔서 감사해요! 맞아요, 혐오를 조장하고, 이를 이용해 표심을 얻으려는 움직임을 보고 있자면… 휴! 욕은 적당히 하고, 이와 닿아있는 글을 우연히 찾아서 공유 드려요.
‘심리학자 폴 로진은 질병이, 그중에서도 메스꺼움이 혐오의 핵심이라고 주장한다. 혐오는 여러 문화에서 공통적으로 확인되는 인간의 기본 감정이다. (중략) 로진에 따르면, 이런 표현은 구강 거부를 뜻한다. 나쁜 물질이 들어오지 못하게 입을 지키는 것은 아주 중요합니다. (중략) 혐오는 그 일을 하는 감정입니다. 하지만 어떤 것을 입에서 뱉고 싶은 욕구가 쥐에 대한 우리의 반응을 완벽하게 설명해주진 않는다. 만약 당신이 쥐를 역겹다고 느낀다면, 쥐가 당신의 입에 얼씬하게 두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왜 혐오를 느낀단 말인가? 로진은 시간이 흐르면서 혐오의 용도가 확장되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이제 어째서인지 바퀴벌레, 생쥐, 쥐, 비둘기 등등도 역겨움과 연관된다. 시간이 흐르면서 더러움과 혐오가 서로 옮은 것이다. 그렇기에 이제 많은 것이 혐오를 유발한다. 심지어 근친상간, 인종주의, 식인 행위처럼 도덕적으로 불쾌하다고 느끼는 일에도 혐오감이 들 수 있다. 안타깝게도 또한 사람들은 젠더, 인종, 종교 때문에 미워해야 마땅하다고 배운 상대를 접했을 때도 혐오감을 느낀다고 보고한다. 편견을 육체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중략) 혐오가 강력한 문화적 역할을 수행하는 신체의 반응인 것은 틀림없다. ‘혐오가 부분적으로나마 사회적 감정으로서, 즉 우리가 사회적 경계를 조절하는 데 쓰는 도구로서 진화했다는 게 내 이론입니다.’ 도덕심리학자 조슈아 로트먼은 이렇게 주장한다. 우리가 타 문화의 음식에 혐오를 느끼는 것은 자신이 그 문화에 속하지 않는다고 구별 짓기 때문이라는 말이다. 혐오감은 또 사람들이 자신의 사회 내에서 좋은 평판을 얻기 위해서도 쓰인다. 로트먼은 이 측면에서 쥐 혐오가 사회적 경계를 강화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만약 혐오가 당신을 더 인기 있게 만들어 주거나 당신이 선망하는 사람들과 더 닮게 만들어 준다면, 혐오는 우리가 접촉하기 싫은 것을 표시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 만약 사람들이 쥐를 정상적인 존재로 여기지 않는다면, 대신 불결함의 신호이자 열악한 살림살이의 신호로 여긴다면, 내가 쥐에게 혐오를 느끼는 것은 ‘나는 저렇지 않아.’하고 말하는 셈이다.’
왜 우리 입으로 들어오지 않는, 더럽지 않다고 머리로는 알고 있는, 이 생물에게 강렬한 혐오감을 느끼는지, 그것이 왜 들불일듯 일파만파 퍼져가는지, 궁극적으로 왜 이런 감정이 왜 특정 그룹을 결집시키는 정치적인 목적으로 쓰일 수 있는지, 왜 아직 영향을 받지 않는 아이들은 징그러워하기보다 신기해야하는지, 심적 기저를 짚었다고 생각했어요. 응원하고 사랑하는 마음도 우리를 뭉치게 하지만, 특정 그룹을 미워하고 배척하는 감정은 더욱 강한 매개라고 생각해요.
인용한 <나쁜 동물의 탄생>은 유해동물로 낙인 찍힌 동물들에 대한 여러 인물들의 관점을 취재해서 담은 책이에요. 무척추동물인 곤충은 빠져있지만, 고양이, 비둘기, 코요테, 곰 등의 사례를 통해 우리가 자연에게 바라는 것이 어찌나 변덕스러운지, 이 문제를 단지 특정 동물의 문제로만 바라본다면 절대 해결할 수 없음을 시사해요. 혹시 비슷한 고민의 답을 얻고 싶으시다면 일독을 권해요. 여유가 된다면 독서모임으로 열어보고 싶은 책이랍니다. 한국과 닿아있는 사례도 있고, 또 상황이 다른 파트도 있어서 같이 고민해보면 좋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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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혹시 이곳에서 영감을 받았다면, 샐러드연맹을 shout out 해주실 수 있나요?
5년째 알림장을 쓰다보니 종종 다른 기관에서 알림장과 비슷한 프로젝트 소식을 들어요. 생각에는 주인이 없고, 분명 비슷한 생각을 하는 게 샐러드연맹만은 아니겠지만, 만약 영감을 받은 부분이 있다면 언급해 주신다면 기쁠 것 같아요! 함께해도 좋고요. 저도 활동하면서 영감을 받은 곳은 꼭 알릴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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